롯데월드 마스코트 [로티와로리]....그리고 디자이너 정연종의 롯티 

미키마우스, 도널드 덕, 곰돌이 푸, 피글렛, 트위티, 벅스 바니, 톰과 제리, 둘리…. 언급한 캐릭터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사람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동물 캐릭터라는 점이다. 비록 실재하지는 않지만 동심과 환상의 세계에서는 엄연히 존재하는, 우리의 유년기 기억과도 맞닿아 있는 동물친구들. 롯데월드의 캐릭터 로티도 그런 존재다. 롯데월드 앞을 지날 때면 대형 로티 조형물이 항상 우리를 향해 미소 지으며 손짓을 한다.  
  
롯데월드가 문을 연 1980년대 후반은 사회 전반적으로 소비대중문화가 활성화되던 시기였다. 아마도 1986년 아시안게임, 1988년 서울올림픽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너구리 형상에 턱시도 복장을 하고 있는 로티는 롯데월드라는 공간이 꿈과 환상의 세계임을 본격적으로 어필했다. 실내에 개장된 롯데월드 어드벤처의 천장은 거대한 유리돔으로 덮여 있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동일한 환경을 제공한다. 매일 일정한 시간이 되면 퍼레이드 쇼가 시작된다. 퍼레이드가 시작되면 모든 놀이기구는 운행을 중지하고 길 위로 방문객들의 시선을 불러들인다. 그 쇼의 하이라이트는 로티의 등장이다. 퍼레이드의 마지막에서 가장 화려한 차림으로 나타나는 로티, 그는 테마파크 롯데월드의 진정한 주인공이다. 로티 복장을 한다고 해서 아무나 로티를 연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153~156cm의 신체 조건도 알맞아야 하고, 무엇보다도 연기 오디션을 통과해야만 로티가 될 수 있다. 로티는 상황별로 연기 매뉴얼에 따라 움직인다. 걸을 때는 항상 팔자걸음으로, 웃을 때는 양손을 흔들어댄다. 캐릭터 연기자는 여러 명일 수 있지만 로티는 결코 동시에 출현하지 않는다. 롯데월드에서 로티는 단 하나여야 하기 때문이고, 이것은 로티가 어린이 방문객들을 위한 단순한 인형이 아니라 테마파크 전체의 이미지를 짊어진 상징 캐릭터임을 방증한다. 

로티는 한때 법적 분쟁이 일어났던 사연 많은 캐릭터이다. 많은 디자이너들은 ‘너구리 전쟁’으로 그 사건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마케팅의 일환으로 기업 아이덴티티를 위해 경쟁적으로 CI나 캐릭터를 도입했던 1980년대 후반, 롯데월드는 (주)대흥기획을 통해서 마스코트 지명공모를 실시했다. 당선된 작품은 디자이너 정연종의 ‘롯티(Lottie)’였다. 롯티는 너구리 형상에 턱시도를 착용하고 지팡이를 짚고 있었다. 롯데월드측은 롯티 캐릭터에 대해 수차례에 걸쳐 수정 요구를 했고, 정연종은 그 요구에 따라 롯티의 기본형과 29점의 응용형을 개발하여 제시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수정 요구가 계속되자 정연종은 더 이상의 수정 보완을 거절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롯데월드측이 정연종에게 롯티 캐릭터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통보하고 계약 파기에 따른 합의금을 전달하는 것으로 사건은 마무리 되는 듯했다. 하지만 롯데월드측이 만화가 이항재에게 캐릭터 개발을 다시 의뢰하면서부터 문제가 불거졌다. 롯티와 관련된 자료를 넘겨받은 이항재는 정연종이 디자인한 캐릭터에 약간의 수정 작업을 더하여 제출했고, 이때 제작된 캐릭터가 지금의 ‘로티(Lotty)’이다. 롯티에게 모자를 씌우고 손동작과 눈의 형태를 변형한 로티를 본 정연종은 결국 롯데월드를 상대로 저작물사용금지가처분을 신청을 하게 된 것이다. 

표절 의혹 속에서 진행된 공방은 1심에서는 롯데월드측의 승리로, 2심에서는 정연종의 승리로 엇갈렸다. 마침내 4년간 계속된 법정 다툼에서 법원은 “캐릭터는 기업의 이미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광고가 주된 목적이므로 캐릭터를 의뢰한 기업이 그 변경권을 가지고 있다.”는 판결로 롯데월드의 손을 들었다. 이 사건은 일개 디자이너가 굴지의 대기업을 상대로 디자인 저작물을 가지고 법정에 선 사례로써 디자인계에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디자인에 있어서 표절이냐, 아니냐를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캐릭터 산업처럼 유행에 민감한 디자인 분야에서 비슷한 상품이 출시되는 경우, 법적 절차를 걸쳐서 해결하기보다는 오히려 그 시간에 신제품 개발에 몰두하기 마련이다. 때문에 디자이너의 지적재산권을 지키기가 매우 힘들다. 1990년대 초반 각종 디자인 관련 잡지에서 이슈로 다루었던 로티는, 동심의 세계에서만 그 매력을 떨쳤을 뿐 아니라 당시만 해도 국내에 아직 생소한 개념이었던 디자인의 창조적 가치에 대한 관심을 사회적 논의의 차원으로 불러들였다. 오늘도 로티는 롯데월드 앞에서 우리를 반긴다. 
  
글 서민경 
건국대학교 산업디자인과를 졸업하고 현재 동대학원 석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한국 디자인 문화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