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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인뉴스]
코리아타운 32번가 간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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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
2010-03-13 |
조회 (5,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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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타임스퀘어 간판과
- 코리아타운 32번가 간판들
해외여행을 하면서 공항이나 도심 각 처에서 한국 간판 광고를 만나면 가까운 이웃이나 친지를 만난 듯 반갑다. 특히 뉴욕의 타임스퀘어와 같이 세계 유수기업들이 앞 다퉈 홍보 경쟁을 벌이는 곳에서 삼성 및 엘지 간판을 보면서 마치 한국인이 에베레스트 정상을 정복한 것 같은 대리 만족을 느끼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러나 한 주간 혹은 한 달 이상 여행을 하다보면 무엇보다 한국 음식이 고파오고, 그러다가 작고 소박한 한글로 쓴 식당 간판을 만나면 마치 고향 사람 만난 듯 고맙다.
글·사진 | 곽명희 moonk-1004@hanamil.net
1. 광고판의 조명으로 인해 대낮처럼 밝은 타임스퀘어
지난 12월 말 2년 만에 뉴욕을 방문했다.
맨해튼 일대의 전체적인 경관은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보행자 중심의 공공시설물과 안내 시스템 및 휴식을 위한 편의 시설이 확충되었다는 것을 한 눈에 느낄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타임스퀘어 에이리어는 더 많은 간판 광고와 야간 조명으로 한밤에도 대낮 같이 밝았다. 한마디로 불야성 그 자체라 할 수 있었다.
특히 눈에 띈 것은 최첨단 발광다이오드(LED) 옥외 광고판의 조형성이다.(사진 1참조)
단순히 사각전광판이 아니라, 기하학적으로 쌓아 올린 탑 모양의 초대형 광고판 위에 초 단위로 변화하는 영상은 현실적 공간 안에서 비현실적 체험을 가능케 한다.
더구나 2010년 새해 타임스퀘어 간판광고에 미 의료품 메이커 Weatherproof Garment의 광고 모델로 드러난 오바마 미 대통령의 모습에 관광객들과 주민들은 완전 환호하며 감격했다!!!
2. 지난 2010년 1월 오바마 대통령을 등장시킨 의류 메이커
이 간판의 오리지널 사진은 작년에 오바마 대통령이 중국을 공식 방문했을 즈음에 AP통신(Associated Press)이 전송한 것으로 광고 간판 밑에는 「스타일을 가진 리더」라는 캐치프레이즈가 쓰여 있다. 만리장성을 배경으로 의연히 서 있는 그의 모습은 과장되지 않았다.
화이트 하우스 고관은 이러한 광고는 미국 정부가 제품을 공인한 것 같은 오해를 준다고 해서, 광고사용 중지를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업체 사장은 「우리 회사의 옷이 오바마 대통령에게 인정을 받았다고 홍보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다. 100년 기다리고, 드디어 유행의 첨단을 가는 대통령의 출현이 그만큼 기뻤던 것이다」라고 미 텔레비전ABC에 해명하고 있다고 한다.
그들의 자초지종은 자처하더라도 타임스퀘어의 간판 광고는 과히 스펙타클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간판들이 즐비한 타임스퀘어에서 불과 10블록의 거리에 있는 또 다른 명소. 32번가 코리아타운의 간판은 여러 가지 의미에서 과히 한국적이다. 이곳 간판들은 서울의 강남 혹은 종로나 명동 보다 더 한국적인 한글 간판들이 즐비하다.
간판의 천국, 간판으로 세계적인 관광명소가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닌 타임스퀘어로부터 걸어서 10분도 채 안 되는 거리에 있으면서 한국의 7~80년대 풍의 간판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다는 것이 불가사의할 뿐만 아니라 아이러니다.(물론 타임스퀘어 에어리어는 뉴욕 전역에서도 예외적으로 간판이 화려하지 않으면 안 되는 역규제 지역이긴 하다.)
맨해튼 32번가는 재미한국인들이 뉴욕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로 1995년 ‘한국의 거리(Korea Way)’로 명명되었다. 32번가내 한인 소유 빌딩은 식당을 중심으로 1990년대 중반 이후 한국인들이 매입한 건축물들이 많다. 서울가든, 뉴욕곰탕, 상하이몽, 나라은행, 충무로식당, 스탠포드호텔, 신라회관, 한아름마트, 원조식당, 큰집 식당 등. 건물 규모는 지상 5층에서 11층으로 건축물들이 모두 한국인 소유라고 한다.(http://ktownlove.com/)
상호 하나하나가 얼마나 정겹고 재미있는지 상호만 생각하면 서울의 어느 골목길 한 편의 풍경이 떠오른다. 비록 작지만 100% 한국인들의 자본으로 맨해튼 32번가에 굳게 뿌리 내리고 있는 상점들을 바라보면서 타임스퀘어의 삼성이나 엘지 간판 이상의 프라이드를 가지게 된다. 나는 이들의 열심에 애국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 상대로 상가가 번창하고 상호도 대부분 한글만 쓰고 있음에 대해 현지의 매스컴들은 한때 매우 비판적으로 바라보았다고 한다. 한글을 모르는 고객은 오지 말라는 의미로 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비판은 관심이기에 겸허히 받아 들여야만 한다. 사인업계 디자이너들이 과연 32번가 건축물에 인정받을 만한 버케블러리(vocabulary)를 가지고 있는가에 대해 의문이 드는 것 또한 사실이다.
뉴욕처럼 다문화 다민족이 조화를 이루며 공존하는 도시가 지구상 어디에 있겠는가.
3. 맨해튼 32번가 코리아 타운 전경
뉴욕 맨해튼 한 편에 간판을 통해서 한국의 문화, 한글이 아름답게 전해진다면 이 얼마나 감동적이겠는가. 중요한 것은 고객의 대부분이 한국 사람이라 하더라도, <보여지는 간판>에 대해 예술적·문화적 요소가 배제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아름다운 한글을 어떻게 드러낼 것인가에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한글과 영어를 같이 표기하면서도 한글의 우수성을 드러낼 수 있는 디자인 그것이 관건이다. 사인 디자이너의 예술적 통찰력과 함께 역사적이고 문화적인 그것이 요구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매년 400만 이상의 관광객들이 드나든다고 하는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과 150년 역사의 메이시 백화점과 인접해 있는 32번가 코리아타운은 자연스럽게 그들의 발길을 끌어 들일 수 있는 입지에 있다. 2010년 새해 벽두에 필자 역시 관광객 입장으로 순두부로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데웠다. 뉴욕에서 한국을 경험하는 일은 참 고마운 일이다.
뉴욕의 32번가 코리아타운의 상가들도 <스타일을 가진 간판>으로 뉴욕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 수 있게 되기를 조심스럽게 기대하며 32번가 파이팅을 외치고 싶다! P
큐슈대학 예술공학박사로,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 세명대학교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옥외광고학회회원, 일본디자인학회회원, 일본사인디자인학회회원이며 한국의 간판디자인과 지역성을 살린 공공디자인 관련 연구논문을 발표하는 등 활발한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 프랑스, 독일, 뉴욕, 도쿄 등지에서 간판기행 및 도시의 역사적 문화적 자산을 재 발견하며 새로운 도시 이미지 구축을 위한 연구 중이다. 2009년 하반기 출간 예정인 <한국 옥외광고 100년사(가칭)> 공동 저자로 집필 중에 있으며, 역서로는 <사인만들기 도시표정 만들기>가 있다.
곽명희(예술공학박사 / 간판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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